사물들은 명명된 그들의 이름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사물은 그로테스크하고, 고집이세고, 거인같이 거기에 있었다
.
그것들을 의자라고 부른다던가.
또는 무엇이든 그것에대해서 이름을 붙이려는짓은 바보짓일것이다
나는 이름붙일수없는 '사물들의' 한복판에 서있다.
혼자서 말없이, 아무 방비없는 나를 사물이 둘러싸고있다.
밑에서, 뒤에서, 위에서 나를 에워싸고있다.
사물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않는다. 그것들은 강요하지 않는다. 거기에 있을뿐이다.
나는 더이상 참을수없었다.
사물들이 그렇게도 가까이 있는것을 참을수가없었다.
나는 철책을 밀고 들어선다.
가벼운 존재들이 비약하여 나무꼭대기에 가서 앉는다.
이제 나는 정신이 들었다. 나는 내가 어디있는지를 안다. 나는 공원에 있는것이다
나는 검은 나무통사이, 하늘을 보고 뻗은 검고 울퉁불퉁한 손과 손사이에있는
의자위에 털석 주저앉는다.
한 그루의 나무가 내 발밑에서 그 검은 발톱으로 땅을 긁고있다.
나는 그토록 나 자신을 팽개치고, 잊고, 잠들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없었다. 나는 숨이찬다. 존재는 눈,코, 입.....도처에서
나의 내부로 침입해오고있다.
조금아까 나는 공원에 있었다
마로니에 뿌리는 바로 내가앉은 의자밑에서 땅에 뿌리를 박고있었다
그것이 뿌리였다는것이 이미 기억에서 사라졌다
어휘가 사라지자 그것과 함께 사물의 의의며, 그것들의 사용법이며,
또 그 사물의 표면에 사람이 그려놓은 가냘픈 기호가 사라졌다
나는 '속성'이라는것을 생각하고있었다.
사물은 무슨 장치처럼 보였다.
나는 그것들의 저항을 예견하고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은 표면을 스쳐갔다.
만약 존재라는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나에게 물었다면 나는 서슴지않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외부로부터와서 사물의 성질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못한채로 부가되는 공허한 형체일
뿐이다. 라고 대답했을것이다. 그러던것이 이젠 달라져버린 것이다.
갑자기 그것은 거기에있었다.
대낮처럼 분명했다. 존재가 갑자기 탈을 벗은것이다. 그것은 추상적 범주에 속하는 무해한 자기의 모습을 잃었다. 뿌리며 공원의 울타리며 의자며 드문 잔디밭의 잔디며 모든것이 사라졌다.
사물의 다양성,
그것들의 개성은 하나의 외관, 하나의 칠에 불과했다.
그 칠이 녹은것이다. 괴상하고 연한것의 무질서한 덩어리-헐벗은,
무섭고 추잡한 육체만이 남아있다
그것들이 덜 억세게, 더 메마르게, 더 추상적으로, 더 얌전하게 존재했으면 싶었다.
우리는 우리자신 주체하지 못하는 거북한 존재의 무리였다. 우리는 너나할것없이 누구나
거기에 있을이유가 조금도없다.
당황하고 어딘지 불안한 각 존재는 다른존재와의 관계에서 여분이라는것을 느끼는것이었다.
사르트르 - '구토'